수시로 매캐한 최루 연기가 대입을 준비 중인 교정으로, 교실 열린 창으로 속절없이 들어 온다.
고딩이지만, 이승복을 사랑한 나름 보수였던 나는.... 아...... 빨갱이들 또 데모질인가?싶어.... 거의 매일 짜증이 났었다.
어떻게 어떻게 대학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고, 또 어떻게 어떻게 의도치 않게 빨갱이들과 어울리는 삶이 되었다.
"공산주의".... 막스와 레닌의 저서를 찌라시와 토론을 통해 학습하게 되었고, 때론 광주혁명에 대한 사진과 프린트물을 읽기도 했다. 단 한번도 결석과 지각을 하지 않던 순진한 아이가, 그 동안 몰랐던 것을 알게 된 충격은 대단했다.
스물...이라는 나이, 아직은 어린마음이라 무서웠으나, 데모현장에서 잡혀가고, 두들겨 맞는 친구를 보면서, 폭력이 싫었던 내 두 손에는 어느 순간부터..... 화염병이 자연스레 들려 있었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빨갱이로서의 삶이 시작된 1년 후 2학년 시절... 이름 있는 선배들(경찰에 수배중이라고 들었던...)과 한 달에 한 두 번 홍대와 연대를 오가며 비밀스런 토론회에도 참석을 했었다.
신촌에는 빨간책이라고 하는 "공산주의"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이 있었으나, 당시에는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 수배자가 되기도, 잡혀가기도 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젠 보수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도 어느정도는 공산주의 서적을 읽는 것으로 여겨지고, 그렇게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는 싹이 트고, 열매를 맺었던 것 같다.
철학은 형이상학, 우리의 생활과는 어느 정도 괴리되어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철학은 미래상, 지금의 생활이 더 나은 다음 세상을 그리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철학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으로, 중2들의 엉뚱한 고민처럼 느끼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이 나라가 1987년 호헌철폐를 외치던, 그 시절부터 급격하게 민주주의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누가 봐도 민주주의로 보여지고, 대통령이니 뭐니 해도 국민 대다수의 여론 앞에 그 권력은 이미 미천한 것이 된 상황이 아닐까하는, 착각도 하게 된다. 아니...... 촛불로 대통령을 하야 시킨 것으로 보면,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빨갱이이다. 하지만, 어릴 적 군사독재 타도와 같이 무엇인가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치거나, 노동자의 피의 혁명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빨갱이이다. 사람들의 열띠지만 예의있고, 열린 마음의 토론과 아름다운 마음들로 평화롭게 미래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고, 일한 만큼 부자가 되는 정직한 세상을 꿈꾼다.
정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명예롭게 본인을 희생 하는 것이고, 경제는 자유롭고 투명하게, 문화는 말초신경보다는 감정을 어루만지고, 사고를 넓히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바랄 뿐, 나 살아 생전에 될 일도.... 수백년 후에라도 될 거라는 생각도 안든다. 이 시점에서... 북한?
나는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정도일테고, 그 지향점이 내가 바라는 그런 세상이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나는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다.
내가 바라는 "순수한 공산주의"는 그저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정도랄까?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모르는 그 누구라도 사랑하는 마음만 가진 세상이다.
나는 빨갱이 이다. 그러는 너는 무엇이냐?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