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30년도 넘은 이야기니까
믿기 힘드시겠지만
파워핸들도 없고 에어컨도 없고
파워 윈도우도 없고.....당연히 수동기어이고.....
그런 4.5톤 화물차 였어요.
하루는 시골동네에 벽돌 900장인가? 를 배달하러 갔거든요.
근데 집주인 아저씨가 공터 구석 한적한 곳에 쏟아 달라는 거에요.
(4.5톤 덤프차였음. 개복사 다음버전인 그냥 복사차)
뭐 닳고닳은 저로써는 노면상태등을 고려하여
'저기까지 들어가다가는 차가 빠져요.'라고 안된다고 했어요.
이게 당시에는 좀 흔한 갈등이었던 것이......지금보다
수준이 낮던 시절이니까요.
(이 동네는 지금도 수준 낮은 걸로는 전국에서 10위 안에 들어갈 거임)
당시엔 4.5톤 차가 진창에 빠지면 끌어낼 방법이 없었거든요.
지나가는 트렉터를 기대하기엔 농번기라서.....
동네에 견인차도 없던 시절이고....
여튼 15분을 실랑이 하다가 그냥 차가 들어 갈수 있는 곳까지만
들어 가겟다고 하자.
'내가 버스 운전만 20년을 한 사람이야.
거 젊은 사람이 겁이 그렇게 많아......괜찮다고
안빠진다고....'라며 화를 내시더라구요.
버스 운전 20년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다가
포기하고 돌아 오려 했는데 문제는
돌아 오면 벽돌 900장을 손으로 내려서 쌓아야 하거든요.
(가게 야적장이 좁아서 쏟을수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돌아오지도 못하고......
열은 받고 싸우기엔 나이가 많은 분이고.....
분을 삭히려 구석에 가서 담배를 한대 물었는데
차가 후진을 하더군요.
맞아요. 그 아저씨가 제차에 타서 자기가 말한곳까지
후진을 하려 한거에요.
그리고 제가 주장한 포인트....차가 빠진다고 주장한 포인트에
정확하게 차가 빠졌어요.
제가 달려 갔을때는 이미 상황종료.....
내리라고 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차를 빼겠다고
헛바퀴를 연기가 날때까지 하는 것도 모잘라서
바퀴 옆의 진흙이 열받아서 마를때까지 하더군요.
끼운지 얼마 안되는 새 타이어에 세로로 줄무늬가 수십개 생기고...
결국 포기하고 바퀴가 멈추길래 차 문을 열어서 끌어 내리려 하는데
창문을 열면서 하는 말.....
'뭔 차가 이리 힘이 없어......하아....이거 기사가 좀 해야지
내가 타던 차가 아니라서 잘 안되네.....'
뻥 같죠? 거짓말 같죠? 진짜로 저랬어요.
차는 빼야하고.....
동네 트렉터라도 불러 달라고 했더니 이사온지
얼마 안되어 아는 사람이 없다고 저보고 알아서 좀 찾아 보라고.....
결국 삽으로 진흙을 걷어 내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시절엔 그게 일상이었어요)
문제는 이 인간은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안보이더라는 거죠.
삽질을 도와주기는 커녕 사라지더라구요.
결국 한참의 삽질을 하고 짐칸을 조금 들어 올려서
무게 중심을 옮기고 벽돌을 쏟으면서 차는 탈출했어요.
이제 돈받고 가면 되는데......
'아니 저 차 빠진 구덩이에 벽돌을 쏟아 놓으면
그걸 어떻게 꺼내서 쓰나....저기 옆에 쌓아 놓든가 해야지'
뻥같죠? 거짓말 같죠? 진짜로 저랬어요.
내가 말했잖아요. 수준 낮은 걸로 전국 순위에 들어 간다고.....
제가 조금만 폭력적인 사람이었다면
'화물차 기사, 삽 휘둘러 노인 중상'이라는 신문 기사가
났을 거에요. 죄송하다고 어쩔수 없었다고
빌고 빌어서 돈은 받았어요.
그리고 추가 주문 이야기 하는거 듣지도 않고 그냥 왔어요.
이게 30년도 더 지난 일인데 그 인간 얼굴을 아주아주 선명하게 기억 할 정도로
열을 참 많이 받았던 사건 이에요.
저 몰래 차에 타서 진창에 차를 빠뜨리는 멍청한 노가다는
항상 있었어요. 대부분 누가 보아도 지능이 낮거나
(당시엔 그런 사람들 저렴하게 잡부로 쓰는 일이 많았어요)
정상인이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차를 뺄 방법을 찾아주고는 했죠.
그래도 그 인간을 기억하는 이유는
제가 본 중에 최고의 소시오패스여서 그런것 같아요.
막노동 권장 하시는 분들이 그런 인간들 상대 해야 하는건
이야기 안하시면서 막노동 찬양하는거 보면
제가 열을 안 받을수가 없어요.
싸우지도 못했어요.....ㅜㅜ
디져도 못 고칠 넘......
헤어스타일도 닮아가고 해서....
참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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