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부산 개금백병원 해부학교실에 시신을 기증하기로 서약 했습니다.
무슨 대단한 사명감이 있어서 기증 서약을 한 게 아니라, 당시 일반외과 레지던트 3년차 였던 고등학교 동기 꼬드김에 넘어간 결과죠.
카데바 부족으로 해부학교실 수업조차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인제대 의대 교수님들 주도로 펠로우뿐 아니라 레지던트와 인턴들에게까지 기증서약을 독려했던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제 친구의 오지랖일 수도 있었겠지요.
아니면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네 놈이 죽으면, 기필코 내가 네 놈 몸을 해부해봐야겠다.'라던 말 때문일 수도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에 제 생활습관이, 의사 선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타잎이었으니까요.
지금은 글을 쓰느라 생활습관이 엉망이고, 그 당시에는 정치판 일(부산 출신 한 정치인을 모셨습니다.)을 하느라, 그렇게 살았습니다.
하루 담배 1~2갑, 커피믹스 15~20잔, 밥은 하루에 1~2끼, 잠은 쪽잠으로 대신하다가 주말 또는 월말에 몰아서 자기. <---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40년을 이렇게 살아왔지만, 다행하게도 아직 약을 먹거나 병원을 다니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친구 놈이 강제로 종합검사를 받게 했고(친구가 대납한 것인지 진짜 공짜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게지만, 제가 검사비를 내고 종합검사를 받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종합검사를 받았지만 제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에, 친구놈이 내린 결론이 바로 제 시신을 직접 해부해보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시신 기증 캠페인이 있었고...... 그때 친구 놈이 무조건 도장을 찍으라기에 찍었다가, 강제로 시신 기증각서에 동의한 격이 되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후 그걸 취소할 생각도 없었고 지금도 농담삼아 집사람과 딸아이에게, 만일 내가 죽은 후에 개금 백병원에서 내 시신을 가지러 오거든 싸우지 말고 내주라고 이야기 합니다.
(물론 망자 가족이 먼저 연락해야 가능할 것이지만 말입니다.)
어차피 죽으면 화장해서 태우든지 매장해서 썩든지 할 몸뚱아리니, 가는 길에 좋은 일 하나 하고 가는 거라는 생각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니, 정말 화가 납니다.
만일 내 육신이 벌거벗겨진 상태로 장사꾼의 돈 벌이에 이용되거나, 사람들의 놀림감이 된다면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숭고한.....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습니다.
이미 죽은 놈한테, 다른 사람들이 숭고하네 어쩌느네 해봐야 그게 보이거나 들릴 것도 아니잖습니까.
최소한 인간으로서 기본 예의는 갖춰야 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단순히 유족 분들께 사과하는 선에서 그쳐야 할 일이 아니라, 사체 오욕죄를 적용해서 엄중히 처벌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처럼 얼결에 시신 기증 각서에 동의한 사람은 거의 없을 테고, 기증자 대부분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기증을 결심하셨을 것이고, 기증자 뜻에 따라 시신을 내주신 유가족 분들 심정 또한 어떤 고민과 결단이 필요할지 짐작한다면 말입니다.
https://v.daum.net/v/20240610212002723 <---
저 또한 워낙건강체질 이었다라 생각했고
또 무절제한 생활도했지만 프로운동선수
처럼 운동도 빡시게했고 저또한 동갑내기이종사촌녀석 친구같은 놈이 대학병원교수질해
저도 일전에 같은 글을 쓴적있습니다
지금은 신경병이 걸려서 질환자데요
기증 서약은 아직 안했지만 꼭 할검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어디에나 저렇게 물 흐리는 미꾸라지는 있는 법이니까요.
그러지 않아도 의료 수가 문제로 외과 계열 의사 선생들이 병원 내부에서조차 찬밥 신세인데,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인턴을 마치고 외과 계열을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있는 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증 서약 또한 그런 의사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도울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의사는 얼마 있지도 않아요
의료기술자만 남았을뿐
설령 카르세 님 말씀처럼 의료 기술자만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수술해야 할 병이나 사고로 다치게 되면 그 의료 기술자에게나마 내 생명을 맡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그런 의료 기술자라도 양성하기 위해서는, 시신 기증 또한 필요한 일입니다.
의식수준이 바닥이에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용도로 기증한 시신을 내 돌린다는 것에 화가 납니다.
그간 눈으로 보기만 하다가, 가입한 건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근래 하도 세상이 시끄럽기도 하고, 저도 화가 나서요.
아무튼 이렇게 나마 인연이 이어지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기억해 주시는 분이 계신다는 사실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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