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는 서산고향이고 나는 부산인데 부모 할매가 다 경주 사람들이다
이런 나와 안해와의 결혼은 지금도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연애와 신혼때는 더 심했다
신혼때 출근시간을 서두르면서 "다비도-" 했더니 안해가 담배를 가져온적이 있었다
다비는 경주쪽 말로 양말인데 세수비누를 '사분'이라고도 한다
간혹 안해 친구들와 합석을 한 자리에서 내가 말할때는 다들 멀뚱멀뚱 쳐다만 봤다
그래서 안해가 통역 아닌 통역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가끔 엑센 억양과 사투리로 엉둥한 해석을 낳는 경우가 있다
최근의 일만 적자면 이렇다
1)
한날 시장에 갔고 이것저것 구경하다 대형 사진을 걸어놓고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그중 계곡 그림도 있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다
나 :계곡이 참 좋다
안해: (나를 뚱하게 쳐다보더니)그럼 조금 살까?
나 : . . . 뭘 산다고?
그러자 안해가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르키는데 종이 팻말에 '개고기'라고 적혀 있었다
나 : 그 개고기 말고 이 계곡이 좋다고 이 또디야-
그제야 안해가 뻥 웃고 나도 웃스워서 장도 못 보고 둘이서 키득키득 거렸다
2)
벚꽃이 다 떨어진 임도는 산책하고 있었다
안해 : 벚나무에 벚꽃 있으면 좋겠다
나 : 집에서 벗지 벚나무에서 와 벗노
안해 : 왜 벗어?
나 : 벚나무에서 벗고 싶다메
안해 : ...???
잠시후 안해가 웃음을 터뜨리면 호호깔깔 웃어댓다
그랬다
벚나무에서 벗고 싶은게 아니라 벚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였다
3)
서울에 안해쪽 친척이 결혼식을 한다해서 일찍감치 출발해서 서울로 들어섰는데
지금까지와 달리 서울에서 어지간히도 밀렸다
앞차 뒤차 옆차를 보며 네비녀 말 들으며 운전하자니 등에 땀이 살짝 베겼다
안해: 서울 여기서 많이 밀리네
나 : 서울역? 우리 방향은 아닌데 우리가 어쩌다 서울역으로 왔노
안해: 서울역은 왜?
나 : 방금 서울역이라메?
잠시후 안해가 킥킥 거리면서 말했다
안해: 나이 들더니 뭔 말을 못하겠다. 잘 들어 응- 서울... 여기서... 차가... 밀린다고-
알겠어?
나 : 엥~ 서울역이 아이고 서울여기서
이래서 우리는 또 깔깔호호 거리며 결혼식장에 1분 늦게 도착했다
아재개그를 현실에서 실천하시는 분......
지금... 자랑하시는 거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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