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소득계층에 따라 출산 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태어나는 아이 중 열에 아홉은 중산층 이상에서, 열에 한 명만 저소득층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신간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에서 인용한 '소득 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가난한 집일수록 아이를 낳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연구진은 아이를 낳은 가구가 100가구 있다고 전제하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소득별 구간에 따라 저소득층·중산층·고소득층으로 나눠 비율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1.2%에서 2019년 8.5%로 2.7%포인트 떨어졌다. 100가구가 아이를 낳았는데 그중 저소득층 가구 수는 9명이 채 안 된다는 의미다. 중산층 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42.5%에서 37.0%로 하락했다.
반면 고소득층 가구 비율은 46.5%에서 54.5%로 8%포인트 증가했다. 아이를 낳은 100가구 가운데 고소득층이 47가구에서 55가구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소득별 구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활용했다. 그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75% 이하를 벌면 저소득층, 200% 이상을 벌면 고소득층이며 그 사이가 중산층이다.
이런 구분 기준에 따라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를 토대로 2021년 1인당 중위 소득(세후 기준)은 연 3천174만원이다. 연간 2천380만원 아래로 벌면 저소득층, 6천348만원 이상 벌면 고소득층에 속한다.
정 교수는 이 같은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결과적으로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기 시작한 시대이지만 고소득층은 그래도 아이를 낳고 있고, 중산층은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아예 출산을 포기하기 시작했다고 추측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유전자녀, 무전무자녀'라는 말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이처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계층과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계층 간 양극화를 비롯해 다양한 저출생·저출산의 원인을 책에서 살펴본다.
책에 따르면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 2006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놨지만, 출산율은 뚜렷한 반등 없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취업 활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부양받아야 할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이로 인한 청년들의 부양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또한 지역 상권과 학교 수도 감소하고 있으며 수도권 밀집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저자는 저출생·저출산 원인이 하나로 수렴하지 않으며 여기저기에서 모인 갖가지 사연과 이유가 장기간 얽혀 저출생이라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사회적 돌봄 체제와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대개조를 통해서만 어느 정도 저출생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저출산 예산의 파격적 확대, 부모의 일·가정 양립, 돌봄·교육 체계의 질적·양적 수준 향상, 성평등한 노동시장 등 다양한 대책을 제안한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