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거슬러 오르고 올라서 한참 전, 2004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대선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이 된 인물은 빅토르 유셴코라는 인물로,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왼쪽도, 오른쪽도, 둘 다 빅토르 유셴코라는 동일 인물입니다.
이는 놀랍게도 고작 4개월만에 벌어진 변화인데, 현재의 우크라이나 정치 상황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본래 대선 당시 이 빅토르 유셴코의 경쟁 상대로는, 이후 유로마이단으로 쫓겨나게 되는 빅토르 야누코비치였습니다.
당시 유셴코의 인기가 워낙 높은 탓에, 대선 출마 선언부터 상당히 유력한 대선 후보였죠.
그런데 그런 유셴코가, 당시 우크라이나 보안원 간부들과의 식사 도중에 갑자기 쓰러져서 차도가 안 보이기에 오스트리아까지 가서 검사해보니, 혈중에 다이옥신 농도가 기준치의 1만배가 넘게 검출됩니다.
이른바 '다이옥신 수프'사건이라 칭해지는 독살 시도였습니다.
저 4개월만에 바뀐 유셴코의 얼굴은 그 사건 때문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셴코는 살아남았고, 1차 투표에서 거의 40%에 달하는 득표율로 대선후보 중에서 1등을 달리고, 이후 결선투표에서도 야누코비치에 11%나 앞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여유로운 승리가 점쳐지게 됩니다.
그런데 짜잔, 정작 당선된 건 야누코비치였어요. 오히려 유셴코보다 3% 정도 더 많이 득표하면서요.
아무리 봐도 수상하죠?
그래서, 여기서 이게 벌어집니다.
바로 오렌지 혁명입니다.
이게 그냥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떼를 쓴 게 아니라요.
빅토르 유셴코와, 당시 러닝메이트였던 율리야 티모셴코라는 정치인이 대규모 선거 부정 사례를 입수해서 이렇게 된 겁니다.
그리하여 키이우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대법원과 선관위가 개입하여 재선거를 한 결과, 결국엔 유셴코가 당선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이 부정을 좌시하지 않고 거둔 민주주의적 승리로 우크라이나의 정치판이 대충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유셴코 이 양반이 대통령 자리에서 정치를 참 못했고, 결국 지지율이 박아버리는 바람에
2014년 대선에선 결국 이 새끼가 당선되게 됩니다.
예, 빅토르 야누코비치, '이 새끼'입니다.
야누코비치는 대통령직에 오른 이후 이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공을 들였던 EU가입이나 NATO가입 추진을 완전히 전면백지화 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이전 대선에서 유셴코의 러닝메이트로 자기의 선거 부정을 밝혔던 당시 총리이자 대선 경쟁자였던 율리야 티모셴코를 징역을 때려 감옥에 넣어버립니다.
거기에 우크라이나군을 군축해서 크림 사태 당시 그 꼴을 보이게 만든 작자도 이 작자더라고요.
여기까지만 봐도 벌써부터 참 비범한 새끼예요.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렌지 혁명 당시 개정되었던 헌법이 무효라면서, 본인이 권력을 휘두르는 일에 방해되는 내용을 싹 회귀시켜버렸고
경제도 지지리도 못해서 IMF 지원을 받기로 한 주제에 IMF의 요구사항도 제대로 못 따라서 지원도 제대로 못 받고
또 부패하긴 진짜 오지게, 그것도 대놓고 부패해버린 나머지, 그에 대한 반감이 정말 유례없이 들끓어 올랐습니다.
드디어, 결국, 2014년
유로마이단이 시작됩니다.
대한민국도 이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떤 종신대통령의 자녀가 대통령 짓을 너무 개같이 해서 탄핵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던 경험이 있죠.
저 시민들이 나선 이유도 같고, 저곳도 우크라이나의 광화문 광장이며, 사람도 정말 많이, 아주 많이 모였으며, 무력을 행사하는 모습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곳은
얼마 후 이렇게 변하고 맙니다.
어째서였을까요?
경찰에게 사망한 시위대의 관을 짊어지고 행진하고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아예 대놓고 발포까지 해버렸으며
그럼에도 시위대의 의지가 꺾이지 않아
다행히 유로마이단은 우크라이나판 천안문이 되는 대신, 우크라이나판 6월 항쟁이 되는 쪽으로 나아갔습니다.
04년 대선 당시 상대였던 유셴코는 독살당할 뻔했고, 부정선거도 했었고, 10년 대선의 상대였던 티모셴코는 곧장 감옥에 가둬버리고, 이후 헌법도 자기 입맛대로 고치고, 국민들을 탄압하고, 그 끝에는 시위대에게 발포까지 한 야누코비치 '이 새끼'는
러시아 침공 직전까지도 러시아를 실드쳤던 우크라이나 공산당에게조차도 버림받으면서 탄핵되게 됩니다.
이제 우크라이나에게는 밝은 미래만 남은 듯 보였습니다.
시민에 의한 혁명이니 민주주의의 정수 그 자체였고
야누코비치가 그 꼴이 난 이유 중 하나도 지나친, 대놓고 지른 부패였으니 투명성도 좀 나아지겠죠.
어쩌면 경제도 더 나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런 희망에 찬 과도정부가 다음 대선을 준비하고 이래저래 바쁘게 움직이는데
이 꼴을 두고보지 못하는 놈들이 있었으니
크림반도에 갑자기 러시아군은 아니지만 러시아 억양으로 말하고 러시아군 총기를 쓰며 러시아군 번호판을 단 러시아군 트럭에 타서 크림반도가 러시아땅이라고 말하는 '예의바른 청년'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유로마이단 과도정부가 다음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을 시작하기도 전입니다.
무슨 나토에 가입하고 어쩌고, 우크라이나의 극우 정치세력이 뭘 어쩌고 할 틈도 없이 갑자기 저런 일이 벌어집니다.
대한민국으로 치자면
아니 촛불 들고 나와서 대통령 탄핵 잘했는데
갑자기 일본 자위대는 아니지만 일본 무기로 무장하고 일본 배를 타고 온 일본어를 매우 잘하는 친절한 청년들이 부울경 전체를 점령해버린 겁니다.
거기서 끝난 것도 아닙니다.
갑자기 친러 반군 세력이 어디서 꺼내왔는지 러시아제 무장을 잔뜩 하고 반란을 일으킨 겁니다.
갑자기 낙동강 안쪽 경상남도 전체에서 일본제 무장을 잔뜩 한 친일 반란 세력이 나타났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니, 미친 거 아닌가?
예, 이 새낀 미친 게 맞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뭐했냐고요?
야누코비치 '이 새끼'가 군축을 쭈욱 땡긴 바람에 당시 개꼴로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아 '이 새끼'는 진짜 '이 새끼'입니다.
이 순간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는 끝났습니다.
원래는 드니프로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친서방, 동쪽은 친러로 첨예하게 갈렸는데
이후로는 친서방에서 후보의 숫자에 따라 지지율이 30%단위로 갈릴지언정
합쳐놓으면 친서방은 결국 90%에 달하는 지지율을, 친러는 지지율을 5%도 못 챙기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까놓고 말해봅시다.
일본이 부울경을 점령해서 자기 땅으로 삼고, 경상남도에서는 친일 반란군이 일어나 '게쇼도 공화국'따위를 만들려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일본에 너무 적대적으로 나가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면 그 새끼가 현대판 이완용이고 매국노 아닙니까?
이제 정말 끝나버렸습니다.
이후 러시아의 침공 의도는 계속되어
그나마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의 친러 반군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니
계속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반군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크라이나에서는 반러감정이 들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그러다 2022년 마참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됩니다.
이 글 전에 보신 것 같은 분도 있겠지만, 몇몇 오류를 정정하여 올린 글이니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은 마치 우크라이나에게 외교적 선택권이 있었다는 양
마치 러시아의 침공에 이유가 있었다는 양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어서 다소의 시간을 써서, 다소의 자료를 찾아가면서 쓴 글입니다.
반박하고 싶으시거든 일단 글을 다 읽고 나서 좀 구체적인 부분으로 말씀을 해주세요.
그냥 '하여튼 침공할만 했다', '하여튼 나토의 동진 때문이다'라고 하지 마시고요.
깊은속을 못보고 서방언론의 보도만 보고 그게 진실인줄 암
일부 러시아 간첩들이나 대가리가 텅텅 빈 사람들이 젤렌스키는 왜 피할수도 있었던 전쟁을 피하지도 못 했나? 하면서 젤렌스키를 비난하는데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전에 푸틴은 이미 전쟁 시나리오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었죠.
젤렌스키 직전 대통령이 포로센코였는데 포로센코가 보수우파, 젤렌스키가 진보좌파 성향이었죠.
또한 유대계 이기도 했고 말이죠
그래서 푸틴 이하 러시아 정부는 내심 젤렌스키를 잘 구슬려볼수 있겠다 싶어 몇 차례 트라이 해보다가
젤렌스키가 포로센코 못지 않게 친서방으로 기울자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키이우 정권은 친나치라는 프레임으로 러시아 국민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선동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 해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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